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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대표: IP, 서사 전략, 그리고 창작 세계의 미래

저자: VERA VON MONIKA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가 계속 진화하면서, 스토리텔링과 기술, 투자 사이의 관계는 점점 더 긴밀하게 얽혀가고 있다. 모든 성공적인 IP 뒤에는 창작적 비전뿐 아니라, 이야기가 산업과 플랫폼, 관객을 넘나들며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프레임워크가 자리하고 있다.

안개숲미디어의 대표이사 이시형은 바로 이러한 세계들이 맞닿는 지점에서 활동한다. 사모펀드, 기업 전략, 서사 컨설팅, 그리고 문학 창작을 아우르는 배경을 바탕으로, 그는 오늘날 변화하는 콘텐츠의 구조에 대해 흔치 않은 시각을 제시한다. 소설가이자 크리에이티브 전략가로서, 그의 작업은 오리지널 문학과 웹툰부터 글로벌 K드라마 각색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시장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각색되며 구조적으로 자리매김하는지를 탐구한다.

이시형 대표: IP, 내러티브 전략, 그리고 창조 세계의 미래

사진 제공 이시형

이번 인터뷰에서 이시형 대표는 한국 IP의 진화, 글로벌 투자가 창작 개발에 미치는 영향, 문학 작품을 영상으로 각색하는 과정의 어려움, 그리고 기술이 점점 더 많은 것을 좌우하는 시대에도 인간의 상상력이 여전히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남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표님의 커리어는 기업 구매 분야의 경험, 케이스톤파트너스에서의 사모펀드 경험, 그리고 안개숲미디어 대표이사로서의 창작 리더십을 아우릅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글로벌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의 유입이 오늘날 한국에서 오리지널 IP가 발굴되고 확장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재편했다고 보십니까?

기업과 창작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양쪽 모두 자본과 새로운 유통채널이 유입되면 산업의 가치사슬과 협상력이 재편된다는 사실이다.

원재료-생산자-제조-유통-소비자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시장의 가치사슬 안에서 누가 자본력이 있는가, 누가 소비자 접점을 갖고 있는가, 누가 독보적인 제품력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협상력이 달라진다.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창작자-제작자-방송사-시청자로 이어지던 구조가 글로벌 OTT 등장으로 창작자-제작자-OTT-글로벌 시청자로 재편되었다. 거기다가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글로벌 플랫폼과 해외 자본의 참여가 확대되었고, 제작자들은 과거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원하는 장면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 점은 분명히 한국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킨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본의 특성상 회수 가능성을 더 면밀하게 보게 되었다. 이는 결국 상업성이 높은 이야기에 관심이 몰리고, 성공한 웹툰, 검증된 웹소설이라는 안전한 콘텐츠로 투자가 이어졌다.

즉 자본이 창작의 규모를 키웠지만, 동시에 창작을 더 안전한 영역으로 내몬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도전이 필요한 실험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는 줄어들어 미래를 향한 도전이 위축될 위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창작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투자자는 확장성, 수익, 리스크라는 언어로 이야기하지만, 창작자는 캐릭터, 세계관, 독창성이라는 언어로 이야기한다. 따라서 좋은 IP 기업은 이 두 언어를 모두 이해해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실험적인 콘텐츠도 마다하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시형 대표: IP, 내러티브 전략, 그리고 창조 세계의 미래

편리한 진실: 책 표지 이미지는 델피노 제공

《편리한 진실》과 《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을 포함한 대표님의 소설들은 복잡한 서사 세계를 그려냅니다. 문학 IP를 상업적 시나리오나 드라마 프로젝트로 각색할 때, 예술적 깊이를 지키면서도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구조적 변화는 무엇입니까?

두 소설을 비롯해서 사실 내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개념은 인간성과 인권에 관한 내용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세계에는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도 저마다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인종 및 지역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현된 이기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이 주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각색 과정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철학을 보존하며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보존한다는 것은 소설의 문장과 설명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의 문법에 맞는 구체적인 행동이나 선택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를 쉽게 말하면 각 장면에 적합한 전달 수단으로 새롭게 창조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예를 2021 년에 출간된 두 번째 소설 [편리한 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소설은 혁신적 기술의 위협과 우리 주변에 만연한 사회적 혐오를 다루고 있는데, 그중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혼란 부분을 말하고 싶다. 소설에서는 서로 다른 성향의 두 AI 패널들의 대화로 해당 사건을 묘사하고 있지만, 영상으로 옮긴다면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을 자율주행 중인 자동차의 전복 사고 장면과 비행기의 추락 장면으로 교차 편집해서 보여줌으로써 기술에 의존하는 사회의 위험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법은 문학적 테마를 영화적 갈등으로 변환하는 과정 중 하나로서, 작가가 강조하고자 하는 주제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다. 실제로 이 소설에서 제기했던 디지털 기술의 취약성과 사회적 혐오라는 문제는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 적이 있다(2022 년 디지털 플랫폼 기업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 2022 년 서울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 사고).

또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은 예술성과 시장성이 대립적인 가치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원작이 가진 철학적 주제를 관객이 더 생동감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갈등과 사건으로 바꾸고, 불필요한 설명 대신 캐릭터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관객은 원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은 철학 강의를 듣기 위해 극장이나 OTT 를 찾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작자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것이 긴장과 갈등을 비롯한 서사적 즐거움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반대로 긴장과 갈등 같은 서사적 장치가 단순한 흥미 요소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의 철학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예술적 깊이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업성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좋은 각색이란 원작의 철학을 줄이는 작업이 아니라, 그 철학을 더 많은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의 구조로 재창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안개숲미디어는 서사 전략과 스토리 리빌딩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기존 시나리오나 난항을 겪고 있는 작품을 평가할 때, 단순한 대사 다듬기가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 구조 자체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는 무엇입니까?

첫 번째는 개정된 부분에서 야기된 주제의 변화에 대해 창작자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거다. 글이라는 것도 결국 논리적인 구조물을 쌓아올리는 작업이다. 하지만 큰 틀의 구조물에 대한 설계도를 그려놓고 시작하더라도 매혹적인 장면에 휩싸이다 보면 그쪽으로 이야기를 확대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문제는 그럴 경우 작가 자신만은 발견하기 어려운 스토리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시적인 부분의 유혹은 때때로 거시적인 구조의 허점을 유발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작품으로부터 결정을 강요받기도 한다.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작곡가 Anton Bruckner(1824~1896)조차도 교향곡 3 번과 4 번을 여러 차례 개정해 복수의 판본을 남긴 것을 보면, 선택은 어려운 과정이고 창작에서 흥미로운 지점이라 생각한다. 글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선택의 과정이며, 더 나아가 전략적 선택의 과정이다. 현명하다면 이를 스스로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도 있지만,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장면에서 특정 아이디어나 개념을 작가가 강조하고 싶지만, 전체적인 방향과 균형에서 벗어난다면 그 주장은 소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두 번째는 전달하려는 방식의 적절성이다. 창작자는 늘 자신이 표현하는 방식이 전체 주제를 부각하는 데에 있어서 효과적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이 장면은 대사로 전달이 충분한가, 아니면 보다 구체적인 사건이 적절한가와 같은 문제들은 때때로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마지막은 독자들에 대한 보상이다. 창작자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만 나열하다 보면 독자는 쉽게 싫증을 느끼고 이탈하게 된다. 따라서 창작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대신 독자에게 줄 선물이 필요하다. 즉 작가가 독자에게 요구한 시간과 집중, 투자의 대가로 제공하는 서사적 보상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는 학교폭력이라는 견디기 힘든 현실을 보여주지만, 관객이 그 고통을 계속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 문동은이 준비한 복수가 실행되면서 가해자들이 대가를 치르는 카타르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즉 복수의 완성이 관객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독자는 에드몽 당테스가 아무런 죄 없이 모든 것을 빼앗기고 오랜 세월 감옥에서 고통받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뒤마는 그 긴 고통을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후반부에 당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돌아와 자신을 파멸시킨 사람들에게 하나씩 대가를 치르게 하면서 독자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분노를 카타르시스로 돌려준다. 나는 이것이 창작자와 독자 사이의 중요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에게 많은 인내를 요구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서사적 보상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때론 복수일 수도, 사랑의 성취나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 놀라운 반전 또는 감동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견된다면 나는 그것을 구조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징후라고 본다.

이시형 대표: IP, 내러티브 전략, 그리고 창조 세계의 미래

폐허에서 살아남은 자들: 책 표지 이미지는 그래비티 북스 제공.

한국 콘텐츠는 전례 없는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했지만, IP를 초국가적으로 확장하려면 깊은 문화적 적응력이 요구됩니다. 서사 콘셉트를 구성할 때,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서구 및 유럽 주류 스트리밍 관객들에게 최대한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독특한 전략적 난관은 무엇입니까?

나는 최근 한국 콘텐츠의 성공이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한 성공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어 성공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물론 일부 그런 작품이 있기는 하겠지만,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여러 한국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현실을 다루고 있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기생충] 등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한국 콘텐츠는 각각 한국적 현실에서 출발했지만 거기서 다루는 주제는 전 세계인이 느끼는 보편적인 것들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반지하 주택, 입시 문화와 같은 것들은 낯설지만, 그 내면에 있는 빈부격차, 불평등, 차별, 폭력, 생존 등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담론이다. 즉 디테일은 한국적이지만,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한국 콘텐츠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은 역설적으로 세계 여러 사회가 한국이 압축적으로 경험했던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 식민지배와 전쟁, 극심한 빈곤, 권위주의적 통치를 불과 몇 세대 안에 경험했고, 동시에 매우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자유, 인권, 불평등과 사회적 정의는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실제로 경험하고 논쟁해온 주제였다. 감사하게도 한국에는 역사적으로 이런 목소리, 즉 사회적 치부나 정의에 대해 용기내서 말하는 창작자들이 있었고, 그러한 창작 전통 역시 불합리한 권력과 불평등, 인간의 존엄성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을 의식한 나머지 저마다 가진 지역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제거하는 건 오히려 전략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오징어게임]에서 한국의 어린이 놀이를 미국식 게임으로 바꾸거나, [기생충]에서 반지하나 짜파구리 같은 낯선 요소 대신 현지 관객에게 익숙한 것으로 교체했다면 그 작품만이 가진 독특한 질감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이질적인 요소들을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해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면의 주제를 꺼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즉 한국 문화의 독특한 색채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한 점이 전 세계 많은 분들과 더 깊은 얘기를 나누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그 안에서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K드라마가 점점 더 넓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안에서 작동하면서,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서사 자체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패션, 브랜딩, 그리고 다분야 창작 인재의 결합이 오늘날 한국 콘텐츠의 국제적 확장과 문화적 영향력 확대에 있어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이 부분도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싶다. 한국 사회는 한편으로 극심한 경쟁 사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릴 적부터 경쟁을 주입받으며 살아왔고, 사회에서도 외모가 경쟁력의 한 부분으로 평가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의 외모와 관련된 패션, 브랜드, 화장품은 물론 성형까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자기관리이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식으로 기능해왔다.

이런 사회적 특성은 한국의 영상 산업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패션, 화장품, 뷰티, 성형 등은 치열한 국내 경쟁 속에서 발전하며 산업화되었고, 영상 산업과 결합해 다시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쳐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캐릭터들의 스타일이 서사 언어로 자리 잡아,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스타일이 그들의 사회적 위치나 심리까지도 반영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성공한 콘텐츠가 단순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문화적 경험까지 제공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 화장품의 해외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작품 속 등장인물이 먹거나 사용한 한국 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러한 경계가 더욱 희미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작가와 감독, 배우만으로 하나의 글로벌 콘텐츠가 완성되었다면, 앞으로는 패션 디자이너, 뷰티 전문가, 브랜드 전문가, 게임 개발자는 물론 요리사나 공간 디자이너, 건축가까지 모여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다. 성공한 콘텐츠는 이야기를 소비하는 경험을 넘어 그 인물의 옷과 음악, 음식, 공간까지 경험하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쟁 문화가 개인들의 패션에까지 스며든 부분에 대해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치열한 환경이 패션, 뷰티, 디자인 산업의 빠른 혁신을 촉진하기도 했다는 점은 문화적으로도, 산업적으로 흥미롭다.

투자, 구매, 미디어 전략을 아우르는 대표님의 배경을 바탕으로, 앞으로 5년간 국경을 초월한 엔터테인먼트 파트너십이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보십니까? 점점 더 글로벌화되는 시장 안에서 영화, 방송, 음악, 게임 IP를 연결하는 데 있어 독립 창작 스튜디오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나는 오랫동안 기업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업무에 집중했던 만큼, 일반적인 미디어 업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예측해보고 싶다. 실물 경제에서와 마찬가지로 IP 업계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희소성 있는 재화를 찾는 것이다. 이걸 실물 경제에서는 제품이라 부르고, IP 업계에서는 콘텐츠라고 부른다. 따라서 경쟁자들이 가지지 못한 독특한 콘텐츠를 발굴해서 이를 시장에 알리는 게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이 중요하다. 영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부문의 파트너는 물론 자본과 자원을 책임질 각 단계의 전문가들과 원활하게 협업하고 조율하는 게 전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하지만 과거에는 훌륭한 콘텐츠가 있어도 자본과 제작 인프라, 유통망이 없으면 시장에 내놓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AI 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제작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새로운 유통채널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한다. 그만큼 앞으로는 독창적인 원천 IP 가 자본이나 플랫폼보다 중요해지는 이유다.

콘텐츠 유통망은 어떨까? 실물경제의 예를 들어 보면 과거 제조사는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와 만났지만, 지난 몇 년간 자체 온라인몰을 개발해 상품을 직접 판매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값싼 가치를 제공하고, 다양한 고객 데이터도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실물 경제에서 발견한 이런 사례처럼, 제작사들이 방송국이나 플랫폼의 제약 없이 직접 유통할 가능성도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

과거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콘텐츠의 유통은 방송국이 거의 유일했으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등이 진출하면서 독립 제작사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특히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는 현재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만큼,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기존 방송국이나 OTT 의 영향력은 당분간 유지되고 무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레거시 미디어와 별도로 자체적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고 유통한다면 뜻밖의 수확을 기대할 수도 있다. 현재도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수준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점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AI 는 이런 변화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예술의 대중화를 이끈 것처럼 AI 기술은 영상 제작, 번역, 더빙, 시각화의 비용을 낮추면서, 영상 제작에 접근하지 못했던 작은 원천 IP 기업도 직접 파일럿 영상을 만들고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기존 콘텐츠 산업에서는 참여자들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영상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던 소규모 원천 IP 기업들은 이런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리고 실제로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관련 콘텐츠가 이미 넘쳐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콘텐츠 산업에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뛰어난 IP 와 팬덤을 가진 창작자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자본·제작·유통 파트너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솔직히 나도 가까운 미래에 AI 를 활용해 내가 집필한 소설을 장편영화로 만들어볼까 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콘텐츠 산업의 가치사슬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안개숲미디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문화적·서사적 유산은 무엇이며,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국제적 창작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보십니까?

계속되는 기술의 발전이 예술이나 창작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AI 가 작가를 대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들은 오히려 ‘과연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인 창작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과거보다 훨씬 뜨거워질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주 4 일제 같은 근로시간 단축이 확산되어 개인의 여가와 창작 시간이 늘어난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 생성형 AI 가 대중적으로 확산된 지난 3~4 년을 돌이켜 봤을 때, 앞으로의 5 년 동안 벌어질 기술 발전을 과연 예측할 수 있을까? 어쩌면 평범한 직장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기술의 도움으로 캐릭터를 만들거나 영상으로 구현하는 일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기술이 창작을 쉽게 구현하더라도 희소해지는 건 진정 가치 있는 이야기, 즉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안개숲미디어의 목표도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고, 구조화해서, 기술을 통해 구체화하며, 이를 특정 레거시의 영향에서 벗어나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의 세상을 꿈꾼다.

또한 최근 해외에 있는 파트너와 소설 속 캐릭터를 구현하는 흥미로운 기술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이를 콘텐츠 산업에 적용해 보면 더 흥미롭다. 전통적으로는 이야기가 각색이 되어 영화나 게임으로 소비되는 구조였다면, 미래에는 더 다양한 상상력도 가능하다. 작가나 스토리텔러가 캐릭터와 세계관을 창작하면, 해외 AI 나 기술 스타트업과 협업해 캐릭터를 먼저 시각화 또는 영상화 할 수도 있다. 이를 글로벌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음악이나, 패션, 게임으로 확장할 수도 있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즉 소설에서 영화가 되는 과거의 일방향적 구조에서 벗어나, 캐릭터가 더 다양한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바로 인간이다.

AI 는 인류가 이미 경험한 것들로부터 배울 수 있지만, 인간 창작자들은 아직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물론 미지의 대상에 대한 질문까지 발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에게는 상상력이라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즉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우리 인간의 이야기다. 여기서부터 진정 가치 있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더욱 많은 작가와 스토리텔러들이 이를 멋진 구조로 완성하게 되면, 기술이 창작을 더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다양한 파트너, 즉 해외 영상 제작사, 게임 개발자, 음악가, 디자이너 등과 연결해 작품을 완성해서 특정 OTT 나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야기의 출발점은 결국 인간이라고 믿는다. Angaesup Media 가 남기고 싶은 유산은 기술이 인간의 상상력을 대신하는 미래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이 기술을 통해 더욱 확장되고, 더 멀리 여행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야기의 출발점은 결국 인간이라고 믿는다."
— 이시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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