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가장 상징적인 히트곡들을 탄생시키는 것에서부터 국제 패션 런웨이를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까지, 슈퍼창따이는 상업 음악과 하이 패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커리어를 구축해왔다. 2PM, 2AM, miss A 등과의 작업으로 잘 알려진 그는 Apink, Teen Top, Ladies' Code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에 걸쳐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왔다.
오늘날 그의 작업은 팝 음악의 전통적인 경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차트를 겨냥한 레코드를 프로듀싱하든, 글로벌 패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든, 슈퍼창따이는 사운드가 어떻게 감정과 정체성, 그리고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형성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사진 : 인스타그램 / 슈퍼창따이
이번 인터뷰에서 슈퍼창따이는 K-팝과 런웨이 음악 프로듀싱의 차이, 패션 디자이너들의 창작 언어, 서로 다른 예술 세계 사이를 오가는 것의 도전, AI의 커지는 영향력, 그리고 20여 년에 가까운 업력 속에서도 그의 작업을 이끌어가는 열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2PM의 "니가 밉다", "기다리다 지친다"와 같은 곡들로 K-pop의 사운드를 정의하시던 작업부터 현재의 글로벌 런웨이 음악까지 그 범위가 대단히 넓습니다. 과거 아이돌 그룹의 사운드를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점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현재의 작업 방식에는 어떻게 녹아들어 있나요?
"니가 밉다"와 "기다리다 지친다"는 제게 참 오래된 곡이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작업할 때 아이돌이라고 해서 특별히 구분을 두지는 않습니다. 기성 가수든 아이돌이든, 제게는 모두 동일한 가창자이자 프로듀싱을 해야 하는 아티스트일 뿐입니다.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점은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장르와 방향성,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음악적 행보입니다. 그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다음 스텝을 조금 더 새롭고 감각적으로 연출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신인 아티스트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과 제가 파악한 아티스트의 성향, 그리고 데뷔 전까지 그들이 즐겨 듣고 하고 싶어 했던 음악적 뿌리를 찾기 위해 정말 많은 소통을 거칩니다. 일단 곡이 결정되면, 곡의 수정과 효과적인 연출을 위해 아티스트와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편입니다.
런웨이 음악을 작곡하실 때, 모델들의 워킹 템포와 움직임이 시작점이 되나요? 아니면 컬렉션이 가진 시각적인 언어(색감, 소재 등)가 먼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런웨이 패션쇼 음악을 작업할 때는 말씀하신 모델들의 워킹 템포나 의상의 색감, 질감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의 철학, 그들이 작성한 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등 음악적 표현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총동원합니다. 때로는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일기장까지 요청할 정도로 깊이 파고듭니다. 해당 디자인이 상업적인 트렌드만을 지향하는지, 혹은 클래식한 패션의 본질을 베이스로 두고 있는지 등 다각도로 연구하며 디자이너와 끊임없이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합니다.
패션 디자이너와 K-pop 아티스트가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를 설명할 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패션 디자이너와의 소통과 작업 방식은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도전적입니다. 때로는 전문적인 언어를 사용하지만, 때로는 매우 원초적인 방식으로 교감하기도 합니다. 제가 경험한 디자이너들은 천재적이면서도 날것 그대로의 직관을 지녔고, 때로는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저 또한 예술가로서 비슷한 성향이 있기에 소통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 가장 명확한 타협점이 되어주는 것은 결국 '디자인 자체'입니다. 그 디자인으로 해결을 봅니다.
대중음악 작곡가로서 저는 언제나 완벽하고 정제된 고품질의 사운드를 지향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기술적인 오류나 시스템 문제로 사운드가 뭉개지거나 깨진 특정 부분을 디자이너가 오히려 신선하다며 무척 마음에 들어 할 때가 있습니다. 음악가의 관점에서는 예상치 못한 순간이지만, 이런 지점이야말로 패션 디자이너와 일할 때 느끼는 '언어의 차이'이자 그로 인해 탄생하는 새로운 예술적 영감이라고 생각합니다.
K-pop에서는 음악이 퍼포먼스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런웨이에서는 음악이 의상을 압도하기보다 서포트해야 합니다. 이 두 역할 사이를 오갈 때 가장 어려운 생각의 전환은 무엇인가요?
런웨이 음악을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음악이 어디까지나 '앰비언스(Ambience)', 즉 배경과 효과로서 존재해야 하며 주인공은 디자인된 의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배경 안에도 브랜드의 정체성과 디자이너의 감성이 밀도 있게 담겨야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음악이 철저히 배경의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분들은 오히려 그 음악을 주인공처럼 귀하게 대접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반면, K-pop은 음악 자체가 전면에 나서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거대한 산업이 되었기에 이제는 음악을 둘러싼 모든 비주얼과 퍼포먼스가 완벽해야 하죠. 이 두 영역을 오갈 때 가장 힘든 점은 급격한 장르적 전환입니다. 런웨이의 배경 음악과 K-pop의 주도적인 음악 사이에서 장르와 감성을 빠르게 스위칭해야 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감성적 피로감이 꽤 큰 편입니다.
파리 패션위크와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시면서, 해외 디자이너들이 작곡가님의 작업물에서 특유의 '한국적인' 감성을 찾으려 한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더 보편적이고 유니버설한 것을 원한다고 느끼시나요?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때 해외 디자이너들이 특별히 어떤 '한국적인 감성'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글'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을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작업 중에 한글 사운드를 활용했을 때, 참여한 디자이너분들은 물론이고 현지 피드백과 반응도 매우 좋았습니다.
JYP 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현재의 프로젝트까지, '슈퍼창따이'라는 음악적 정체성을 가장 잘 투영하고 있는 곡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곡은 작곡가님이 사운드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나요?
Because제가 만든 모든 곡이 저마다의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단 한 곡만을 꼽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제 음악적 정체성을 끊임없이 갱신해 나갈 '앞으로 발표될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웃음)
현재 작곡가님이 새로운 작업에 임하실 때, 사운드나 기술, 혹은 문화적 흐름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절대적으로 'AI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존의 정통적인 가치들을 보존·발전시키는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창조가 가능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이돌 음악, 프로듀싱, 그리고 패션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들을 관통하며 작곡가님의 작업물 속에서 변치 않고 유지되는 '본질'은 무엇인가요?
저는 음악가이자 프로 작곡가입니다. 누군가가 원하는 감성과 메시지를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구현해 주는 것이 제 직업이고, 20년 가까이 이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 처음 작곡가라는 꿈을 품었을 때처럼, 지금도 여전히 이 일을 깊이 사랑하며 작업할 때만큼은 아이처럼 신이 납니다. 장르와 무대는 변할지라도, 음악을 마주할 때 느끼는 이 순수한 열정과 즐거움이야말로 제 모든 작업물 속에서 변치 않고 유지되는 가장 핵심적인 '본질'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 일을 깊이 사랑하며 작업할 때만큼은 아이처럼 신이 납니다."
— 슈퍼창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