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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종 감독: 영화와 한국 스크린 서사에 대하여

저자:VERA VON MONIKA

최은종 감독: 영화와 한국 스크린 서사에 대하여

최은종 감독 제공 이미지

감독님의 작품은 《독고 리와인드》와 같은 액션 중심 TV 시리즈부터 《거기엔 외계인이 있다》와 같은 장편 영화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장르에 따라 연출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며, 반대로 어떤 요소는 항상 일관되게 유지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TV 시리즈와 영화, 웹드라마, 숏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출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나름의 철학은, 모든 작품을 장르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기보다는 ‘영화’라고 생각하며 연출하는 것입니다. 저의 시작이 영화였고, 영화라는 매체를 가장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장르가 무엇이든, 러닝타임이 길든 짧든, 상영 포맷이 극장이든 TV든 스마트폰이든 관계없이 저는 영화가 지닌 밀도 있고 함축적인 표현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 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결정하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주제, 톤, 캐릭터, 혹은 시각적 리듬 중 어느 것이 연출의 출발점이 되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작품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하는 요소는 스토리입니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를 먼저 판단합니다.

물론 주제나 캐릭터, 시각적 요소가 더 부각되거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 모든 요소는 결국 스토리 안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출발점은 언제나 이야기입니다.

《독고 리와인드》는 EXO 세훈 씨의 첫 주연 연기 작품이었습니다. 음악 활동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출신 배우를 연출하실 때 특별히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이며, 배우로서의 성장과 작품의 서사적 완성도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셨는지요?

〈독고 리와인드〉에서 EXO 세훈 배우와 처음 호흡을 맞췄습니다. 저에게 〈독고 리와인드〉와 세훈 배우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세훈 배우에게는 첫 주연 연기 작품이었고, 저에게는 첫 상업 연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연기력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당시 음악 활동만 하던 아이돌이 갑자기 연기를, 그것도 주연을 맡는다는 점에서 당연한 걱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강혁이라는 캐릭터를 세훈 배우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강혁은 감정을 겉으로 많이 드러내지 않고 행동으로 먼저 움직이는 인물이었습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하는 배우에게 오히려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숙련된 대사 전달보다는 날것에 가까운 표정과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해주기를 주문했습니다. 극 중 강혁이 친구들을 만나 성장하듯, 실제 세훈 배우도 작품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그 싱크로율이 서사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 활동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시선에서 이들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며, 연출자로서 마주하게 되는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최근 한국에서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시행착오와 논란도 있었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획사에서 음악 활동과 병행해 연기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성공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감독의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인지도와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배우를 적절히 캐스팅하면 관객이 캐릭터에 보다 쉽게 이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우의 인기만을 고려해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나 디렉션을 한다면 작품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 지점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작품에는 액션, 드라마, 코미디, SF 등 장르를 결합한 시도가 자주 나타납니다. 이러한 장르 혼합이 오늘날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관객이 몰입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요즘처럼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얻고자 하는 관객의 욕구가 커진 것 같습니다.

한국 창작자들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르의 문법을 따르되 변주하고, 때로는 결합하거나 해체하는 시도도 많았습니다. 저 역시 그런 시도를 계속해왔습니다.

장르 혼합은 한국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관객들도 큰 거부감 없이 몰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호흡, 리듬, 시각적 에너지를 구성할 때, 영화와 TV 시리즈 사이에 접근 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느끼시는지요?

저는 영화와 TV 시리즈의 접근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포맷이든 영화처럼 밀도 있고 함축적인 연출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두 매체 간의 큰 차이를 체감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관객 반응이 확대되면서 감독님의 작업 경험이나 작품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는지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저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을 모토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국제 관객의 반응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기획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국에서,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진정성 있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해외 관객에게도 자연스럽게 닿을 것이라 믿습니다.

전통적인 한국 서사 구조나 문화적 스토리텔링 방식이 감독님의 연출에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한국의 교육 과정에는 한국사와 윤리 과목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사를 통해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접했고, 윤리를 통해 도덕적 기준과 질문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무의식적으로 제 작품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서사와 도덕적 질문은 제 이야기의 근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리허설과 촬영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배우들과 함께 장면의 감정과 동선을 어떻게 만들어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품 준비 과정에서 배우들과의 소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작가와 깊이 고민해 완성한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배우들과 논의하며 감정선, 대사, 동선이 수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 캐릭터에 대해서는 감독보다 배우가 더 깊이 고민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가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인물을 구축하면, 감독은 그것이 작품 안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리딩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많이 수정하고, 촬영 현장에서도 리허설을 통해 동선과 감정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편입니다.

현재 조병규 배우와 함께 새로운 작품을 촬영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창작적 의도나 주제적 방향성을 어떻게 설명하실 수 있을까요?

조병규 배우와 감성 누아르 영화 〈적조〉의 촬영을 최근 마쳤고, 현재는 후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번 작품의 로그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족을 만들고 싶어 죄를 숨긴 채 살아가는 죄의식의 형,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를 갉아먹는 동생. 그들을 그렇게 만든 진실이 드러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앞으로 감독님께서 가장 탐구해 보고 싶은 이야기나 주제, 혹은 형식은 무엇인가요? 또한 향후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앞으로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은, 슬프지만 유머와 감동이 공존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휴먼 드라마를 연출해보고 싶습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 말입니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로는 늘 함께하고 있는 조병규 배우, 그리고 저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이병헌 배우와 정우성 배우가 있습니다. 두 배우와는 조감독 시절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지만, 언젠가 감독과 주연 배우로 다시 만나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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